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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toral letter/믿음의 단상

때로는, 의심스러워도 괜찮습니다: 부활 신앙의 여정에서

by 최영덕목사 2025.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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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오픈더바이블의 최영덕 목사입니다.

20년 넘게 목회와 상담 현장에서 성도님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신앙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참 많은 분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의심'의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때로는 저 자신에게서도 예기치 않게 고개를 드는 그 솔직한 물음들을 마주하곤 합니다. 삶이 고되고, 기도가 막힌 듯하며, 세상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활'이라는 사건 앞에서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들이 왜 없겠습니까? 믿음이 좋다고 생각했던 이들조차 때때로 신앙의 근간이 흔들리는 듯한 경험을 토로할 때, 우리는 홀로 이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그런데 성경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의심의 여정을 걸었던 것이 비단 오늘 우리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큰 위로를 받습니다. 예수님의 무덤이 비었다는 여자들의 다급한 외침을 처음 들었을 때,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예수님과 3년을 동고동락했던 제자들은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습니까? 안타깝게도 그들은 그것을 '허탄한 말', '터무니없는 소리'로 여기며 믿지 않았습니다(눅 24:11). 심지어 나중에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다고 흥분해서 외치는 동료들에게, 도마는 "내가 그의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의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요 20:25)고 버티지 않았습니까?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는 부활하신 주님과 한참을 동행하면서도 바로 곁에 계신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지요(눅 24:16).

이 모습들을 보며 무엇을 느끼십니까? 그들은 결코 처음부터 초인적인 믿음을 가졌던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처럼 상처받고, 두려워하고, 현실 앞에서 좌절하고, 그래서 너무나 당연하게 '의심'했던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들의 솔직한 의심은, 부활 사건이 얼마나 충격적이고 전례 없는 일이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의심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결정적인 전환점이 찾아옵니다. 그것은 바로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입니다. 문을 걸어 잠그고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 한가운데 주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요 20:19). 의심하는 도마에게는 친히 상처 난 손과 옆구리를 보여주시며 만져보라 하셨습니다(요 20:27). 배고픈 제자들과 함께 생선을 나누어 드시기도 했습니다(눅 24:42-43). 그 만남은 모든 의심의 안개를 걷어내는 결정적인 빛이었습니다. 머리로만 이해하려 했던 부활이 아니라, 온몸으로, 온 존재로 경험한 '살아계신 주님'과의 만남, 그것이 그들을 변화시켰습니다.

그 만남 이후, 제자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죽음이 두려워 스승을 버리고 뿔뿔이 흩어졌던 그들이, 이제는 목숨을 걸고 예수가 그리스도시요,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음을 외치는 담대한 증인이 되었습니다. 베드로는 오순절 광장에서 수천 명 앞에서 외쳤고, 야고보는 순교의 제물이 되었으며, 스데반은 돌에 맞으면서도 하늘 영광을 보았습니다. 심지어 교회를 핍박하던 폭력배 사울마저 다메섹 길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후, 이방인을 위한 위대한 사도 바울로 변화되지 않았습니까? 이들의 놀라운 변화, 그들의 삶과 죽음으로 증언한 메시지는 부활이 꾸며낸 이야기가 아님을 가장 강력하게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이 자신이 거짓이라고 아는 것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는 없는 법입니다.

성도 여러분, 혹시 지금 마음 한구석에 설명하기 어려운 의심이 자리하고 있다면,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주님의 가장 가까운 제자들도 그 길을 걸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의심을 끌어안고 주님 앞에 정직하게 나아가는 것입니다. 오래전 아들의 병 고침을 간구하며 "주여, 내가 믿나이다. 나의 믿음 없는 것을 도와주소서!"(막 9:24)라고 외쳤던 아버지처럼, 우리도 솔직하게 기도할 수 있습니다. "주님, 믿고 싶지만 때로는 너무 힘듭니다. 제 연약한 믿음을 붙들어 주십시오."

의심하는 도마에게 찾아와 만나주셨던 주님께서, 오늘 우리의 의심 속에도 기꺼이 찾아와 만나주시고 그분의 살아계심을 경험시켜 주실 것입니다. 말씀을 통해, 기도를 통해, 그리고 믿음의 공동체와의 교제를 통해, 주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자신을 나타내십니다.

부활은 2000년 전 과거의 사건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늘 우리의 삶에 능력을 주는 현재적 실재입니다(엡 1:19-20). 제자들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시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능력으로 사용하셨던 부활의 주님께서, 오늘 우리의 의심과 연약함까지도 사용하셔서 더욱 깊고 견고한 믿음으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이 어두운 세상 속에서 부활의 산 소망을 품고 담대히 살아가는 빛의 자녀로 우리 모두를 세워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주님의 평강이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축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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